한국의 역사문화유적
[스크랩] 광해군과 잡채
홍미인
2015. 9. 20. 13:52
광해군과 잡채 잡채(雜菜)는 조선시대 광해군이 집정했던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잡채가 얼마나 광해군의 미각을 사로잡았는가 하면, 잡채를 만들어 진상한 이충이라는 사람이 호조판서 벼슬을 하게 되었을 정도였습니다. 사삼각로권초중 잡채상서세막당 (沙蔘閣老權初重 雜菜尙書勢莫當) 처음엔 사삼각로의 권세가 중하더니, 지금은 잡채상서의 세력을 당할 자가 없다. 사삼각로는 사삼(더덕)으로 밀전병을 만들어 바쳤다는 한효순, 잡채상서는 잡채로 환심을 얻어 호조판서에 올랐다는 이충이다. 사삼밀전병의 힘도 컸던 듯한데 그걸 누르고 임금의 마음을 사로잡아 판서 자리까지 올랐다는 걸 보면 잡채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던 모양이다. 잡채가 어찌나 맛있던지 광해군은 이충이 보내준 잡채가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의 잡채는 현재의 잡채와는 많이 다른 맛이었다고 합니다. 광해군이 반해버린 그 이색적인 맛의 비결에 식초가 있지 않았나 하고 후대 사람들은 추정합니다. 지금은 잡채 하면 으레 당면잡채를 생각하지만 당시엔 당면 없이 갖가지 채소를 볶은 것에 꿩고기 등 다른 재료를 더했었다고 하는데, 조리법에 대한 기록은 1670년께 나온‘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처음 등장합니다. 경북 영양에 살던 정부인(貞夫人) 안동 장씨가 일흔 살 넘어 써낸 이 책에 따르면 잡채는 오이, 무, 석이, 표고, 두릅 등 온갖 채소를 볶은 뒤 꿩고기 육수에 참기름과 밀가루를 넣고 끓여 만든 즙을 얹은 다음 맨드라미나 머루로 색을 낸다고 되어 있습니다. 잡채는 이후 정조대왕의 을묘년(1795년) 현륭원 행차를 담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도 등장하지만 여기서도 당면은 포함되지 않는다. 당면(唐麵)은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국수인데 이름 그대로 당나라에서 전해온 중국면이다. 당면잡채는 1919년 양재하라는 이가 황해도 사리원에 당면공장을 세운 뒤 판매 촉진을 위해 요리법을 개발 보급하면서 생겨났다는 게 통설이라고 합니다. 잡채는 여러 가지 야채들과 당면이 서로 다른 각각의 고유한 맛을 지켜내면서도 그 다름이 색다른 맛으로 어우러지기 때문에 다양성의 음식이라고 하겠습니다. |
출처 : 영남불교문화연구원
글쓴이 : 파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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